며칠 전,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친구들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왔다. 사실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이름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직접 가본 적은 없어서 이번 여행이 무척 기대됐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 남짓 달리니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택시로 한 십 분 정도 가니 드디어 한옥마을 입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처음 마주한 한옥마을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정갈했다. 낮게 깔린 기와지붕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고, 나무 대문과 창살이 한옥 특유의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골목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마치 과거로 타임슬립한 기분이랄까. 친구들과 나는 바로 근처 한복 대여점에 들어가 각자 마음에 드는 한복을 골랐다. 나는 청록빛 저고리에 분홍빛 치마가 어우러진 한복을 빌렸는데, 입자마자 기분이 괜히 으쓱해졌다.
골목길을 걸으며 사진도 잔뜩 찍었다. 한옥 담벼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은 그 자체로 화보 같았다. 어디를 찍어도 그림처럼 예뻐서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빴다. 특히 경기전 앞에서 찍은 사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됐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이라는데, 웅장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걷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져서 전주하면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전주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한옥마을 안에는 유명한 비빔밥 집들이 여럿 있었는데, 우리는 ‘가족회관’이라는 집을 골랐다. 커다란 놋그릇에 고사리, 고추장, 나물, 고기, 계란지단 등이 알록달록 담겨 나왔고, 고소한 참기름 향이 코를 자극했다. 비빔밥 한 숟갈을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감칠맛이 퍼졌다. 역시 전주 비빔밥은 명불허전이었다.
식사 후엔 디저트를 먹으러 길을 나섰다. 한옥마을에는 길거리 음식도 참 많았다. 달콤한 수제 초코파이, 찰진 모양찐빵, 아이스크림을 꽃 모양으로 쌓아주는 로즈아이스크림까지. 친구들과 우리는 한 손엔 음식을 들고, 또 한 손으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특히 전주 초코파이는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한옥마을 중심 쪽에는 공예품 가게들이 여럿 있었다. 전통 문양을 새긴 머리핀, 한지로 만든 소품들, 전통 향수 등 아기자기하고 예쁜 물건들이 눈길을 끌었다. 친구가 한지로 만든 노트 세트를 샀는데, 나도 구경하다 보니 지갑이 저절로 열렸다. 나는 은은한 매화 문양이 있는 손거울을 샀다.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볼 때마다 이번 여행이 떠오를 것 같았다.
해가 기울 무렵, 우리는 오목대에 올랐다. 오목대는 살짝 언덕 위에 있어서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였는데, 붉은 노을이 기와지붕 위로 물드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바람도 선선히 불고,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며 오늘 하루를 되짚어봤다. “다시 오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전주 한옥마을은 단순히 옛 건물 구경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전통을 몸소 체험할 수 있고, 맛있는 음식과 사람 냄새가 나는 골목길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또 한 번 즐거웠던 하루를 곱씹었다. 다음엔 가족과도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 한옥마을, 정말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